영국 명문 대학들의 `괴짜스런` 면접시험 문제

자신을 문학작품에 비유한다면, 자네는 '시'인가, '소설'인가?"

"자네가 포도라면 말일세. 씨 있는 포도이고 싶은가, 씨 없는 포도이고 싶은가? 그 이유는?"

"자네 생각에는, 자네가 똑똑한 것 같은가?", "자네가 까치라면, 무얼 할 생각인가?"

"경찰에 적발되지 않게 누군가를 독살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어떤 방법을 사용하겠나?"

근엄한 표정으로 팔짱을 끼고 앉은 교수님들이 진땀을 뻘뻘 헐리며 서 있는 당신에게 이렇게 묻는다면. 자아, 뭐라고 대답할 것인가?

위 질문들은 영국 명문 대학인 옥스퍼드와 케임브리지의 2007년 입학 면접시험 문제입니다. 두 대학은 지난 16일 입학원서 접수를 마감, 본격적인 입시 전쟁을 시작했는데요.

올해도 괴짜스런(eccentric) 면접 질문들에 당황할 지원자들을 위해 입시전문기관 '옥스브리지 어플리케이션스( www.oxbridgeapplications.com )가 지난해 합격생들이 밝힌 '황당했던 기출 문제들'을 공개했습니다.

교수가 안경 너머 날카로운 눈빛을 보내며 "니 생각엔 니가 똑똑한 거 같냐?" 고 물어온다면, 잠시 정신이 혼미해질 것도 같습니다. 입시생들이 겨우 18~19세 청소년임을 고려한다면 말이죠.

옥스퍼드와 케임브리지의 면접은 각 칼리지별로 3~4일에 걸쳐 실시됩니다. 자신이 선택한 단과대학 교수들과 3회 정도의 심층 면접(매회 1시간 가량)을 거쳐야 하는데, 많은 시간과 인력을 투자하는 만큼 입학 사정에서 면접 점수가 매우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는군요.

사실, 이 두 대학에 지원할 정도인 학생들은 대부분 우리의 수학능력시험에 해당하는 A레벨 테스트에서 선택 전과목 A를 받기 때문에 학업성적만으로는 학생들의 실력 차이를 가늠하기 어렵답니다.

옥스퍼드대 입학처장인 마이크 니콜슨은 영국 가디언지와의 인터뷰에서 "지원자들이 익숙하지 않은 대상과 상황에 대해 어떻게 이해하고 대처하느냐를 보기 위한 문제들"이라며 "심층면접을 통해 탁월한 조건을 갖춘 지원자들을 '차별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덕분에 우수한 성적을 갖추고도 면접에서 어버버~하여 탈락한 학생들이 수두룩합니다. 옥스퍼드는 지난해 2만4천여명의지원자들을 면접, 이 가운데 3천200명만을 입학시켰습니다.

아래 기출문제들을 살펴보면 누구나 느낄 수 있듯이, 교과서와 문제집을 중심으로 개인과외와 사설학원을 거쳐 준비할 수 있는 내용들이 아닙니다.

오히려 평소에 다양한 책을 많이 읽고 스스로 생각하는 습관을 가진 학생, 자신이 선택한 전공 분야에 진심으로 관심을 쏟아온 학생들에게 유리한 질문들이지요. 현재 지닌 '지식'보다는 앞으로의 '가능성'에 중점을 두겠다는 의도가 느껴집니다.

우리나라 대학들도 심층면접 제도를 도입하고 있지만, 대부분 교과 내용 또는 시사 이슈 등을 묻습니다. 영어와 한자가 뒤섞인 세계화 관련 제시문을 읽고 요약하거나, 수학이나 과학공식을 풀어 설명하게 만드는 식입니다. 짐작하시다시피, 입시학원에서 '면접 예상문제'를 만들어 수강생을 모집하기 용이한 스타일이지요.

어느 쪽이 더 '뛰어난' 학생을 선발하는 방식인지는 대답하기 힘듭니다.

하지만, 분명한 건 서울대보다는 옥스퍼드가 보다 '다양한' 사고방식과 가치관을 가진 학생들에게 기회를 준다는 점입니다. 획일화된 질문에 정해진 대답을 해야 하는 면접이라니, 너무 재미없지 않나요.

옥스퍼드 대학 캠퍼스

*2007 옥스퍼드 대학 면접 시험 문제

1. 바다에는 왜 소금이 있나? (생화학 전공)

2. 달팽이에게는 의식이 있는가? (실험심리학 전공)

3. 행복해진다는 것은 무얼 의미하나? (철학, 언어학 전공)

4. 내가(교수가) 오늘 저녁 집에 돌아갔을 때, 내 아내의 다이아몬드 반지가 흑연으로 변해있지 않을 것이라고 어떻게 확신할 수 있는가? (화학 전공)

5. 당신이 록밴드를 마케팅한다면 어떻게 성공시킬 것인가?(경제, 경영학 전공)

6. 백열 전구에 대해 말해보라. (엔지니어링 전공)

7. 당신이 문학작품이라면, 소설인가 시인가? (영어 전공)

8. 만일 문학에 '형태(form)'가 있다면, 버지니아 울프의 소설 '등대로'는 어떤 모습이겠는가? (영어 전공)

9. 실험에서 몇 마리의 원숭이를 사용할 건가? (실험심리학 전공)

10.(시를 낭송해주고) 이 시가 당신에게 무엇을 떠올리게 하는가? 스파이더맨이 생각나진 않는가? (영어 전공)

11.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래알의 갯수는 몇 개일까? (물리학 전공)

12. 자동온도조절장치는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가? (실험심리학)

13. 앞에 보이는 저 게시판의 색깔은 무엇인가? 그렇게 판단한 이유는? (수학, 철학 전공)

14. 수치(shame)와 죄책감(guilt), 후회(regret)의 차이를 설명하라. (실험심리학)

15. 셰익스피어의 ‘한여름 밤의 꿈’을 지리학과 연관지어 보라. (지리학)

16.'무한'이란 개념을 나름대로 정의해 보라. (철학, 정치학, 경제학)

17. 성공적인 혁명을 수행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역사학)

18. 내가 손에 든 개미 한마리를 떨어뜨리면 어떤 일이 벌어지나? (물리학)

19. 당신은 캘리포니아에 있지 않은데, 그곳이 존재한다고 어떻게 확신하나?(철학, 정치학, 경제학)

20. 등산을 하는 것은 도덕적으로 잘못된 일인가? (신학)

800주년을 맞은 케임브리지 대학

*2007 케임브리지 대학 면접 문제

1. 자네가 만일 포도라면, 씨 있는 포도이고 싶은가, 아니면 씨 없는 포도인 것이 좋을까? (의학 전공)

2. 출신학교를 인류학적 관점에서 묘사해보라 (인류학 전공)

3. 분노와 폭력에 대해 어떻게 느끼는가? (건축학)

4. (조약돌을 보여주며) 이 돌들이 얼마나 많이 있어야 차 한대에 맞먹게 되나? (자연과학 전공)

5. '오직 바보들만 스포츠를 즐긴다'는 말을 정당화할 수 있나? (경제학)

6. 자네, '쿨(cool)' 한가? (경제학)

7. 우리가 재채기를 하는 이유는? (자연과학)

8. (받침 접시를 들어보이며) 내가 이걸 못 본다고 생각하고 이 접시를 묘사해보게. (경제학)

9. 땅을 파서 지구 반대편까지 터널을 만든 후, 터널로 뛰어든다면 무슨 일이 벌어지나? (엔지니어링)

10.컴퓨터를 얼마나 작게 만들 수 있을까? (엔지니어링)

11. 작가 샬롯 브론테가 제인 오스틴을 싫어한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영어)

12. 연극에서 리듬이 중요한 이유는? (불문학, 독문학)

13. 비용 문제가 해결된다면, 세계 어디로 가고 싶은가? 그 이유는? (지리학)

14.자네 생각에는, 자네가 똑똑한 것 같나? (법학)

15.역사가 미래의 전쟁을 막을 수 있을까? (역사학)

16.사업가에게 지구온난화를 설명하려 할 때, 어떤 사진을 사용하는 것이 좋겠나? (지리학)

17. 경찰에 적발되지 않게 누군가를 독살한다면, 어떤 방법을 사용하겠나? (약학)

18. 자네가 까치라면, 무얼 하겠는가? (자연과학)

19. 만일 자네가 과거로 돌아가는 타임머신에 탈 수 있다면, 역사적 과오를 바로잡기 위해 누구를 만나러 가겠는가? (역사학)

20. '비도덕적인 책'이란 것이 존재하는가? (불문학, 서문학)

21.인간이 달에 착륙한 사건으로부터 우리가 배울 수 있는 것은 무언가? (역사학)

22. 달갈에 마멀레이드를 넣어 먹는 남편의 버릇을 아내가 질색한다면, 이혼 사유가 될 수 있겠는가? (법학)

23. 만일 친구가 나를 방에 가두고는 5유로만 주면 나가게 해주겠다고 한다면, 이것은 신체 자유의 구속에 해당하는가? (법학)

24.물고기들은 왜 겨울에도 얼어죽지 않는가? (자연과학)

25. 정치인들에게 신물이 났다면, IKEA(성공한 가구업체)의 매니저들에게 대신 나라를 경영하도록 맡기는 것이 어떨까? (정치학,사회학)